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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반세기를 더듬는 추억 앞에
     
 블로그/수필 
반세기를 더듬는 추억 앞에
Posted on 2008/06/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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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장마가 온다고 우르르 쾅쾅 세상을 진동하는 천둥번개도 없이 회색빛 하늘의 저산 너머 맴도는 구름만이 떠돌고 비틀거려 정의에 몸부림하여 정처가 없는 요란스런 뜨거움의 열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한숨으로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애절함을 가슴에 삭이며 수술을 위한 칼을 드는 의사들이 있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반세기 전의 추억이 떠올라 밥상 앞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적셔짐은 어느덧 강물처럼 굽이굽이 돌아온 세월의 강가에서 바라보는 눈망울의 그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거슬러 반세기 전의 어린 추억의 한 토막이 생각난다. 참으로 우리 산업사회의 극심한 빈곤의 사회의 탈바꿈의 새마을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이전 봄이면 빨갛게 헐벗은 산야에 사방공사를 하고 밀가루를 주는 딱지를 받아 춘궁기의 식량을 해결하고 이윽고 봄장마가 거칠 무렵이면 설익은 보리를 따다가 절구질 아니면 디딜방아를 찧는 엄마들의 하얀 무명 적삼에 검정치마가 펄럭이며 서로 서로 도와 가며 끼니 해결을 하기위한 아낙들의 저녁준비에 손길이 바빠지고 했었다.

  해는 서산에 기울어 뭉게뭉게 아궁이에서 피어오른 연기 속에 시골 평상마루 귀퉁이에는 모깃불(모기를 쫓기 위해 마르지 않은 풀을 연기가 나도록 피운 불) 피워놓고 은하수를 바라보며 별을 세던 그 시절 구수한 보리밥 누룽지 냄새가 지금도 나는 듯하다. 어른이 되면 죽어도 보리밥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 왔는데 이 나이에 다시금 받아본 보리밥에 유난히도 옛 생각에 저려온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과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웰빙의 식사란다. 과연 세월 속에 변해가는 인간의 시간들은 참으로 고상하게 변천의 이력을 만들고 또 다른 발상과 추억을 만들며 강물은 흐르나 보다. 그렇게 나름대로 어려운 삶들을 살면서도 지금처럼 날카로운 눈길과 순한 양의 모습 뒤에 살아남기 위한 이리떼 같은 여우 놀음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

  밥술이나 먹는다고 서로가 아웅다웅 저 잘났다고 거들먹대고 오만과 교만으로 넘치는 세상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언제부터 그렇게 살았는가? 스스로를 각인시켜 돌이켜 보아야 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잘나고 똑똑했는지 온 세상을 제 것인 양 쥐고 흔들고 싶은 오만들이 넘칠까 참으로 가증스러울 따름이고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겸손과 배려 나눔의 사랑만이 하나 된 길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그 시절 후로 독일 광부다, 간호원이다, 참으로 먹고살기 어려워 고향을 등지고 곳곳으로 유배 아닌 정처 없는 살길을 찾아 떠나기 시작한 노력으로 지금은 그래도 안주하는 삶을 갖는 것이 우리 사회 전반적인 모습이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스위스에서 만난 독일 간호원으로 왔다가 잘못된 생각으로 여유와 방만 속에 팽개친 조국과 잃어버린 청춘이 아쉽다며 눈물짓던 그 중년여인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야 이미 가고 싶어도 갈 수없는 조국 찾을 수 없는 청춘의 되돌림, 홀로서 타국에서 쓸쓸하게 참으로 노년을 바라보는 중년의 외로운 여인의 처량한 모습이었다. 지금쯤 아마도 그 여인은 65세 정도 되었을 것 이라는 기억이 든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지금의 생각에서 우리 한국의 생활의 모습은 거의가 다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정서라고 본다. 불과 상위 계층 10% 미만의 농촌의 지주 아님 고리대금업자 등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상위 계층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지금처럼 삭막하고 매몰찬 사회의 편린들은 별반 기억이 없다.

  우리 민족의 순수한 아름다움의 무궁화 꽃 같은 피고 지는 그리고 다시 피는 은근과 끈기의 삶을 보고 배우며 성장을 했으나 그에 타성에 젖어 살아온 삶들의 시대는 영악하지 못하고 참으로 순수하고, 아니 미련했다는 표현이 시대적 감각으로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순수한 아름다움의 가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반세기를 돌아보는 추억 앞에 아픔과 그리움 그리고 숱한 사연들……. 우리는 이시대의 혼란을 다시금 조용하게 생각하며 우리가 맞이해야 할 가을의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진정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인생이 어떻게 살았는지 스스로 자문자답 해 보아 다가올 아름다운 죽음의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2008/06/23 00:52 2008/06/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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