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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가 충청도에 있는 섬에서 사신 적이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약초와 나무를 길렀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동백나무였다. 한번은 뵈러 갔더니 목화씨와 동백씨를 한 줌 주셨다. 그걸 화분에 심어 어려서 보았던 목화꽃을 다시 보았고 목화다래 맛도 볼 수 있었다. 동백은 껍질이 두꺼워서 그랬는지, 씨가 여물지 않았는지 첫해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해 다시 여러 알을 심었는데 싹이 한 개 나왔다. 신기하고 대견했다. 문우가 여수 오동도에서 가지고 왔다며 동백씨를 주기에 이왕이면 외롭지 말라고 삽시도 동백 옆에 씨를 묻었다. 충청도와 전라도의 씨앗에서 나오는 동백꽃은 어디가 다를까 궁금했다. 그렇게 4년 동안 침묵으로 서운하게 하더니 올봄 첫 꽃을 피웠다.

 

이 꽃봉오리는 지난가을에 맺은 것이다. 화분이라 얼까 봐 옥탑방으로 들여놓고 언제 필까 틈틈이 들여다보아도 햇살도 들어오지 않고 추워서인지 겨우내 여섯 개의 꽃봉오리를 달고 겨울을 났다. 꽃 보기는 틀렸다고 기대를 절반쯤 포기하고 3월에 옥상으로 내놓았다.

 

봄에는 유난히 바람이 자주 분다. 어느 날 불그레한 꽃봉오리 한 개가 굴러다니기에 살펴봤더니, 피워보지도 못한 채 떨어진 것이다. 겨울에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둔 것과 내가 동백의 속성을 알지 못하여 실패한 듯하여 미안했다. 그래도 나머지 다섯 송이는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꽃잎을 벌렸다. 꽃송이가 크지도 않고 꽃빛도 곱지는 않지만,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옥상에 가면 두 그루의 동백 화분 앞에 오래 앉았다 내려온다.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일까, 충청도와 전라도 말로 고향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성격이 다를지도 모르는 걸 내 식대로 한 화분에 살게 한 것에 불만은 없는지 고심하다 보약이 생각났다. 물보다는 나을 것 같아 세입자가 버리고 간 한약을 물에 타서 주었다. 내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씨를 심어 처음으로 핀 동백꽃]

1970-01-01 09:00 2014-04-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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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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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혜숙 2014-04-25 11:14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동백아, 보약을 먹었으니 기운차리고 쑥숙 자라거라.
    옆에 있으면 그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저도 옥상에가서 물주고 내려왔습니다.
    일요일이나 돼야 비가 온다기에 흠뻑.

    작년 6월에 공원에서 파버린 철쭉 주워 온 것들이
    아주 잘 견뎌 주었습니다. 가지를 쳐주어서 몽땅 하기는한데
    튼실해져서 꽃을많이 달고 있습니다.

    1. 나루 2014-04-25 12:26 # 수정/삭제 퍼머링크

      꽃봉오리를 만드는지 가을에 봐야지요.
      철쭉을 봏아하는 친구는 야생 철쭉을 산에서 캐다 심었는데 죽더라고 전화왔네요. 4월은 철쭉의 계절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2. 배꽃 2014-04-27 09:23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아유~~예쁘게도 피었네요.
    보약먹은 동백꽃이 내년에는 더 예쁘게 피어나겠지요~~

    1. 나루 2014-04-27 16:01 # 수정/삭제 퍼머링크

      아직은 사람 먹는 약을 식물에 줬다는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가축에 먹일 약을 사람이 먹은 것 같거든요. 그래도 첫꽃이라 대견해요.

  3. 정태효 2014-04-27 14:55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아~~ 꽃이 피었다구요.. 그 씨앗에서 꽃이 피었다구요..전라도와 충청도 이야기에 수줍은 게
    있나봐요. 유난히 동백꽃 얼굴이 붉게 보여요. 대단한 정성. 늘 감동입니다.

    1. 나루 2014-04-27 16:02 # 수정/삭제 퍼머링크

      그대가 준 그 여수오동도 씨앗과 삽시도 씨앗끼리 지금 한 화분에 있어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수즙은 듯하기도 하고. 그동안 많이 바빴나봐요. 글이 뚝 끊겼어요.

  4. 안단테 2014-04-27 18:34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동백꽃은 피지도 못한 채 뚝 떨어지기도 하나 봐요.
    땅에 떨어져 마저 피고 질 수도 있겠구나 싶구요...ㅎ
    동백꽃은 꽃술이 보송보송하니 얼굴을 내밀어 정말 예뻐요...ㅎㅎㅎ

    1. 나루 2014-04-27 20:23 # 수정/삭제 퍼머링크

      겨우내 햇볕을 못 본 거와 거름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떨어져서도 안 피더라고요. 꽃술이 참 화려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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