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 깊은 문우가 있습니다. 봉사도 자주 다닌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복을 누려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집에 와서 하는 가족 이야기는 웬일인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한번은 나에게 묻더군요. 신앙도 없다면서 어떻게 그날이 그날처럼 태평스럽게 살 수 있느냐고요. 듣기 좋게 말했지만, 강남에 빌딩을 짓고 사는 그이가 보기에 넉넉하지 않은 내 생활 속에 머물고 있는 편안함이 이해가 안 됐던 겁니다. 좁은 터에서 30년 동안 이사도 안 하고 살았으니, 내 입에서 답답하다는 말이 여러 번 나왔어야 하는데 불평하지 않는 내가 이상했던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그이는 돈이 그립지 않은 대신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나는 자식들이 출세는 하지 못했지만 가족 관계는 별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왜 욕심이 없겠습니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체념했고 내뱉는다고 줄어들지 않기에 불평하지 않을 뿐이지요.

 

더구나 잘되고 못 됨은 내게도 책임이 있는데 남에게 털어놓는다고 달라지지 않기에 참는 거지요. 문우에게 뭉뚱그렸으나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조상님이 도우셨거나, 누구 말처럼 전생에 복을 지어서 그런가 보다.’ 라고요. 사실 내가 하는 거라고는 아침저녁으로 혼자 웅얼대는 감사 기도뿐이기 때문입니다.

 

기도 방식은 모르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께 안부 인사를 드립니다. 내가 고하지 않아도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면서도 궁금해 하지는 않을까 해서 주절주절 말씀드립니다. 시어머니께는 남편한테 받은 서운함을 일러바치기도 하고 아버지께는 동생들의 소식을 전하지만, 무엇을 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습니다.

 

다급할 때는 떼라도 쓰고 싶지요. 다만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도 못했으면서 그건 염치없는 짓이라 하지 않습니다. 또 나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이만큼에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전에는 가족을 생각합니다. 옹색한 집으로 남편과 아들이 무사히 찾아와 준 게 감사해서입니다. 나를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분들에게도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며칠 전에는 친구를 만났는데 직업이 탄탄하고 돈만 있으면 혼자 사는 게 편할 거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건강했을 때를 말함인데 병 안 나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편함 하나만으로 행복하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봄에 어지러워 여러 날 고생해 보니까 가족이 곁에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아무도 없었더라면 물은 고사하고 머리가 흔들려 119도 누르지 못했을 거예요. 덕을 보려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건 아니라고 해도 혼자 살아간다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이웃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 집이 비었을 때 택배 물건을 받아놨다가 주기도 하고 벨을 누르다 돌아간 사람도 알려줍니다. 주변에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 많아 행복합니다. 내 앎으로 역부족일 때 의논하면 희망과 지혜를 전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정도 내 능력으로는 화목하게 꾸려나갈 수 없는데 그들이 주는 사랑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종일 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가 받쳐준 우산으로 비 맞지 않고 잘 보냈습니다. 별똥별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노곤한 인생이지만, 참 고맙습니다.

 

1970-01-01 09:00 2014-10-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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