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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섬이 삽시도. 배를 타고 나오면서 찍은 섬의 일부]

 

[아버지의 은퇴]



 

퇴직이나 은퇴를 앞둔 분들, 겁내지 마십시오.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고개도 숙이지 말고, 미련도 두지 말고 당당하게 회사 정문을 걸어나가십시오. 그리고 수고했다고 자신에게 칭찬해 주십시오.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퇴직을 할 거니까요.

찾으면 다른 길이 보입니다. 다니던 직장보다 나은 일자리나 보람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노심초사하면서 한곳만 바라보고 살았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아도 참을 수밖에 없었을지도 알 수 없고요.

제 친정아버지는 대학에 근무하셨습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위암에 걸리셨지요. 일찍 발견하여 수술과 항암치료를 일 년 받고 완쾌됐답니다. 그때 가족과 상의하지 않은 채 사직하셨습니다. 아버지 바로 아래에 있는 젊은이를 생각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이 성공했다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몸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머니나 자식들과도 의논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 소식은 후에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노후대책을 해놓은 상태도 아니었고 친정이 넉넉하지도 않았습니다. 퇴직금 얼마와 살림집에 붙어있는 세 개의 상점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전부였습니다.

몇 년을 친구들과 바둑을 두면서 당신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판단됐을 때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버스를 전세 내어 용돈은 있으나 혼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골노인들을 태우고 전국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닌 겁니다. 남편과 제가 한 일은 인터넷을 뒤져 당일 다녀올 만한 장소를 물색하여 프린트해서 내려보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곳이 충청도 삽시도라는 섬이었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그곳으로 이사하여 당신의 숙원이었던 약초와 나무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나 아버지는 섬사람이 되어 주민과 한 달에 한 번씩 또 여행을 다니셨습니다.

이 시간에도 직장을 잃었거나 구하는 분이 있겠지요.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건 건강하다는 말도 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버지를 보면서 은퇴란 직장에서 나오는 순간이 아니라 건강을 잃고 일거리가 있어도 할 수 없을 때라는 걸 알았습니다. 정해진 날에 나오는 월급은 없으나 무엇인가 수족을 움직일 수 있으면 논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 하셨으니 후회가 적은 인생 은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만 하다면 고령사회가 온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도 돈 들어갈 일도 없습니다. 황혼기의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젊은이들과 같은 개념의 시간이 늘어난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플 거라고 지레 위축하지 마십시오. 안달하고 지독 떨다 몸 축내는 건 옳지 않을뿐더러 역효과를 낼 뿐입니다.

아버지는 서운해하는 직원이 있을 때 가정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은퇴를 직장에 두지 않았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는 할 수 없는 시점에 둔 겁니다. 퇴직을 기회로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로 계획을 짜보십시오. 정해진 날짜에 나오는 수입이 없다고 스스로 백수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그런 말은 일거리가 있어도 포기한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노년일수록 억척을 줄이고 그 누구와도 아옹다옹하지 마십시오. 경험해보니 아쉬움을 줄이는 길은 맑은 정신과 기력이 남아 있을 때 취미생활을 하는 거더라고요. 사랑하면서 사는데도 참 빨리 가거든요. 이 세월이란 나그네가.
[글/사진/naroo]       출처 : | 원본 보기 | 작성자 : na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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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6 14:00 2013-04-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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