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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효(孝)]

  친정어머니를 뵈러 가는 날은 친구와의 만남보다 몸단장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팔순의 노모에게 환갑 진갑 다 지난 딸이 보여줄 게 뭐 있어서 그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예사롭지 않은 어머니의 눈치와 살핌에 거슬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친정에 도착하면 내 신발은 어느새 마루 끝에 올려져있다. 옷도 식탁의자 같은 곳에 걸쳐놓으면 옷걸이에 얌전하게 걸려 있다. 식구가 많지도 않고 밟아댈 조카들도 장성을 했는데 어머니는 늘 그러신다. 하루나 이틀 머무는 동안 혹시라도 더러워질까 하는 염려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찡해온다. 이분이 아니 계시면 누가 내 신발과 옷에 관심이나 가질 것인가 해서다.
 
구두도 그냥 올려놓는 게 아니라 낡았는지 불편하게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겨울옷이면 모(毛)가 많이 섞였는지 여름옷이면 면이나 마(麻)가 넉넉하게 들어갔는지도 살피시는 게 확실했다. 그러니까 신발이 편하지 않겠다. 옷이 덥게 생겼다. 따습지 않겠다는 식으로 한마디씩 비사치시는 게 아닌가.

  다음으로 눈여겨보시는 것은 머리다. 염색을 하지 않은 내 머리카락을 보시면서 외할머니를 닮아서라고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신다. 외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머리카락이 얼마나 늦게 셌는지 알길 없지만,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그랬다고 한다. 그건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고 팔십을 넘긴 당신을 닮았다는 말과도 같은데 꼭 외할머니를 들춰내시곤 한다. 늦게 세는 머리카락까지 당신을 닮은 게 좋으신가 보다.    
  나는 새로 생겨난 주름이라도 감추려고 화장을 안 할 수가 없다. 그것도 작은 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사진/naroo]

2013-02-06 08:41 2012-02-17 17:48

Comments List

  1. 배꽃 2012-02-17 18:00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맞아요...
    저도 친정에 갈 때면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괜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1. 나루 2012-02-17 20:18 # 수정/삭제 퍼머링크

      그런데 말만 이렇게 하지 불효를 하고 있답니다.
      배꽃 님, 나이 드는 것 금방이네요.

  2. 초록바다 2012-02-17 18:52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글을 읽으며 제 생각은
    나루님이 큰 효도를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며 기쁘게 해드리니 말입니다.
    명심보감에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첫째 가는 효도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계신 나루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1. 나루 2012-02-17 20:20 # 수정/삭제 퍼머링크

      이달 안으로 다녀올까 합니다.
      빈 가방 끌고 가서 낑낑대며 끌고 온답니다. 초록바다 님 고마워요.

  3. 후리지아 2012-02-17 19:21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나루님 글을 읽고 제 친정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친정어머님은 다 늙어가는 딸의 머리 끝에서 부터 발 끝까지 놓치는게 없으십니다.
    엄마 마음에 걱정을 드리기 싫어 나루님 처럼 엄마한테 갈려면 잘 단장하고 가지요.
    작은 효! 맞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친정 어머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바램입니다.

    1. 나루 2012-02-17 20:21 # 수정/삭제 퍼머링크

      후리지아 님이야 효녀시겠지요.
      저는 그리 멀지도 않아 한달에 두번도 갈 수 있는데 동생들하고 사시니까
      믿거니 하고 잘 안 되네요. 감사합니다.

  4. petrus 2012-02-17 19:26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찾아갈 엄마 없는 사람은 덜센 머리 내밀 곳도 없으니~-ㅠㅠ

    1. 나루 2012-02-17 20:22 # 수정/삭제 퍼머링크

      그래도 막내로서 마지막까지 뫼신 분이잖아요.

  5. 소운 2012-02-17 19:55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나루는 좋겠습니다.
    그 어머니 언제 뵙고 싶어요.

    1. 나루 2012-02-17 20:23 # 수정/삭제 퍼머링크

      무지 좋습니다. 그러게요. 언제 그런 날이 있을지.

  6. 황수현 2012-02-17 20:12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건강하신 어머님이 계셔서 행복하신 따님입니다.
    부럽습니다~^^*

    1. 나루 2012-02-17 20:30 # 수정/삭제 퍼머링크

      욕심인 줄은 알지만 이 상태로라도 더 살아계시길 바라고 있답니다.
      한번 떠나면 어디에서 다시 만나겠어요. 고마워요.

  7. 우태우 2012-02-17 21:06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효를 할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시니 얼마나 행복 하십니까.
    저는 79년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나루님 때문에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파 집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어머니를 생각하게 해 주셔서...

    1. 나루 2012-02-18 09:24 # 수정/삭제 퍼머링크

      팔팔하지는 않지만 제가 아직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건 아마도 어머니가 계셔서일 거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 어깨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거든요.
      가끔 가신 분을 생각하는 것도 효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8. 이광수-3 2012-02-17 21:28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효자 집안에 효자난다고 하지요.
    우리 나루님은 노후가 평안하실 것입니다.
    행복하세요.

    1. 나루 2012-02-18 09:25 # 수정/삭제 퍼머링크

      아직은 아이들이 착하기는 한데 제가 죽은 뒤에 바뀔지는 모르겠어요.
      노후가 평안하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겠지요. 덕송 님, 감사합니다.

  9. 박미령 2012-02-17 21:47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복도 많으십니다 어머님이 살아계시고 머리도 안 세시네요 많이 부럽습니다

    1. 나루 2012-02-18 09:26 # 수정/삭제 퍼머링크

      복이 많은 걸 생각해 보니 모두 다른이들로부터 받은 거더라고요.
      채하 님, 감사합니다.

  10. 이효일 2012-02-17 22:19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짧은 글로 친정 어머니와 그 따님의 깊은 사랑을 감추듯 표현하시어 감동이 옵니다.
    그것이 모든이의 마음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느껴봅니다.

    1. 나루 2012-02-18 09:29 # 수정/삭제 퍼머링크

      궁궐 인원이 많아서 얼마나 힘드신가요. 그만큼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인 결과겠지요.
      저는 아직도 친정에 가면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다 온답니다. 염치도 없는 불효자이지요.

  11. 김진옥 2012-02-17 22:35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옛 어른들 가운데 팔순의 부모님 앞에서 색동저고리를 입었다는 내용과
    나루님의 마음 씀이 유사합니다. 14일 뵈었을 때 마치 봄처녀가 오신것 같았답니다. ^^

    1. 나루 2012-02-18 09:34 # 수정/삭제 퍼머링크

      가장 마음에 드네요. 봄처녀. 할미꽃도 봄이 되면 피잖아요.
      전화는 자주 드리지만 언제 스러져버릴지 늘 조마조마하답니다.

  12. 2012-02-18 07:29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나루 2012-02-18 09:35 # 수정/삭제 퍼머링크

      제 글에 보내주시는 애정 항상 고맙습니다.
      즐거움이 많은 날이 될 거예요.

  13. 청학 2012-02-18 08:22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이제야 알겠습니다.나루님의 모습이 어머니를 닮았음을.효를 하실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신 나루님은 행복입니다

    1. 나루 2012-02-18 09:36 # 수정/삭제 퍼머링크

      청학이라서 훨훨 날아 언제 저희 어머니를 만나보셨군요. 감사합니다.
      다치신 어깨는 많이 좋아진 듯하여 다행입니다.

  14. 수내맘 2012-02-18 09:13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어머니 살아실적에는 관심은 간섭이라 여겨 가끔씩 짜증을 부렸는데
    나루님이 부럽습니다.

    1. 나루 2012-02-18 09:37 # 수정/삭제 퍼머링크

      저도 그랬답니다. 나이 들어 조금 나아진 거지요.
      수내맘 님, 훌륭한 어머니로 사시고 있지 않나요? 감사합니다.

  15. 정계숙 2012-02-19 09:08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 마음은 같은가 봐요.. 저도 우리 엄마 만나러 갈때 제일 멋을 부린답니다. 예전에 엄마랑 나들이 갈때 내가 편한 옷 입고 갔더니 종일 너 옷 사줘야겠다며 안타까워
    하셨던 기억때문에 ^*^..요즘 딸과 지내며 그 마음 알겠더라구요.. 자식이 멋지고 예쁘고 곱고
    그러면 좋은 마음.. 조금 철이 드나봐요.

    1. 나루 2012-02-19 11:19 # 수정/삭제 퍼머링크

      요즘 수놓기 바쁜가봅니다.
      집짓기는 시작했는지요. 예쁜 집 짓고 야생화도 심고
      한지공예 전시도 하고 그래요.
      유명해지도록...

  16. 2012-02-20 20:19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친정어머님께서 오래 옆에 계시는 나루님은 얼마나 좋을까?
    나루님의 섬세함과 여성스런 점이 친정어머님을 닮을 거 같습니다.
    아마 친정어머님께 이쁘게 보이려고 화장하는 딸도 드물 걸요. ^*

    1. 나루 2012-02-20 20:41 # 수정/삭제 퍼머링크

      숲님이 시어머니 산소에 갈 때 단정하게 하고 가는 것과 뭐 다르겠어요.
      이러한 날도 얼머나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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