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열정이 시처럼 흐르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 The Great Gatsby가 원작인 이 영화는 1922년 미국을 그리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1차 세계대전 후 사람들은 억압되었던 욕망을 채우려 그 어느 때보다 흥청댄다.
 
 뉴욕의 외곽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는 신흥부자들의 장소로 연일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호화 주택이 있는 곳이다. 그 맞은 편 해변 이스트 에그에는 전통 귀족인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과 데이지(캐리 멀리건) 부부가 살고 있다.
 
 연일 파티를 열며 혹시 데이지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던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촌 닉(토비 맥과이어)이 이웃에 살게 되자 그에게 부탁하여 그녀를 다시 만난다. 5년 전 자신의 처지 때문에 포기했던 여인을 만난 개츠비는 데이지도 자신만을 사랑하고 그녀만이 자신을 구원할 순결하고 유일한 여자라는 환상에 젖어 과거를 지우려 한다. 하지만 안락한 생활과 부(富)를 추구하는 데이지는 그저 갈팡질팡 망설일 뿐이다.
 
 
 남편의 불륜도 알지만,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개츠비에게 갈 용기는 없다. 마지막 선택으로 치닫던 날, 데이지는 흥분 상태에서 한 음주 운전으로 남편의 정부를 치고 만다. 겁이 난 그녀는 그 사건을 말끔히 해결해주겠다는 남편 말에 개츠비와의 사랑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거짓말의 공범자가 된다.
 
 그 계략 속에 개츠비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모든 죄를 다 뒤집어쓰게 된다. 데이지의 죄까지 대신 말없이 지고 가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숭고한 사랑이란 말인가? 조금씩 빗나간 생각이 낳은 오해가 애꿎은 운명이 되어 버렸다.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닉은 추악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단면을 보며 절망한다.
 
 살았을 때와 달리 지나치게 조촐한 개츠비의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주위 비열한 인간들을 합한 것보다 개츠비가 더 낫다며 개츠비의 영혼을 위로한다.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도덕적 순수성이나 청교도적 가치관을 잃어버린 무리의 치졸함에 환멸을 느낀다. 그렇다고 개츠비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그도 자신의 위치에서 거의 불가능한 부를 축적하기 위해 검은 세력과 손을 잡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 다만 닉의 관점에서 그래도 개츠비를 다른 사람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한 것은 낭만적 환상을 위한 열정과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순수성 때문이다.
 
 
 이 영화는 화려한 옛 의상과 재즈가 어우러지는 것만으로도 흥겹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의 여러 모습에 우리 자신을 비춰보게 된다. 오매불망 그리던 여인과 차 한 잔을 나누기 위해 닉의 집을 온통 꽃으로 장식하는 개츠비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며 점차 사라져가는 순수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3D와 컴퓨터를 이용한 역동적인 연출은 <무랑 루주>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바즈 루어만 답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그 시대에 맞는 느린 연출이 극의 맛을 더 살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 명문 출판사 ‘랜덤 하우스’가 뽑은 20세기 영어로 쓴 소설 중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다음으로 위대한 이 작품은 다채로운 인물 묘사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사려 깊으면서도 열정적이고 어두우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디캐프리오의 연기와 원작을 여러 번 읽으며 데이지에 대해 연구했다는 멀리건의 매혹적인 표정도 압권이다.
 
 그 외 감초 같은 조연들의 연기도 손색이 없어 극의 깊이를 더해준다. 끝까지 마음에 남는 닉의 대사는 “신은 다 알고 계셔.”다. 이제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개츠비의 순수성에 젖어보면 이 더위도 수월하게 넘길 듯하다.
 
* 사진은 공식 사이트의 것입니다.
 
1970-01-01 09:00 2013-06-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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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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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리지아 2013-06-19 09:49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정말 위대한 게츠비 맞습니다. 어찌 보면 바보처럼 데이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은 불쌍하기도 하지요.
    이번 영화의 디카프리오를 꼭 보려했는데 아직 못 보았습니다.

    1. 박미령 2013-06-19 22:15 # 수정/삭제 퍼머링크

      저는 디캐프리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딴 배우를 그리며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2. 황수현 2013-06-20 09:27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영화가 끝난 뒤 했던 생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사랑이 머물고 있으면 그렇게 어리석어지는 것인지...

    1. 박미령 2013-06-20 15:09 # 수정/삭제 퍼머링크

      어리석어도 깊히 사랑한 사람의 삶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리석은 소견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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