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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만 도는 것이 아니다. 유행만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삶 자체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은 되돌아온 부메랑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노년, 이즈음에 느낀 일이다. 젊었을 때는 이런 말이 그냥 피상적으로 느껴지고 그래도 ‘내 앞에는 시간이 좀 있겠지.’ 하며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그 한가함의 맛을 채 보기도 전에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행한 그대로 열매를 맺어 내 눈앞에 버티고 선다. 도저히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가혹하게 들이댄다.

 이제야 노년이 되니 부쩍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굳은 땅에 물 괸다.”
“물이 와야 배가 가지.”
“한술 밥에 배부르랴!”
“장님 제 닭 잡아먹기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 달래니?”
 “다 제 사랑 제가 짊어지는 것이야.”
알고 보니 이런 말들은 거의 속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속담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그 속에 진리가 있다. 생각 같아선 죄다 외워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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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말을 좀 더 곱씹었더라면 내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내 젊은 날을 나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늙다 보니 딸들이 그날들을 상기시켜준다.

 내가 조금 늦는 날이면 대뜸 문자가 온다. “어디세요? 왜 이렇게 늦으세요?” 이건 내가 그 애들이 늦을 때 전화해서 한 말 그대로다. 내 답 문자에 대한 대답도 똑같다. “어두운데 조심해서 오세요.”
추운 날이면 내 옷깃을 여며주는데 목도리부터 다시 풀어 넓게 매주고 앞섶도 단단히 여며준다. 순서나 태도가 다 내 방식 그대로다. 그건 또 우리 엄마, 우리 외할머니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소소한 것도 있지만,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별 생각 없이 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나 행동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정도의 이자를 붙여 돌아온 적도 많다. 예기치 않은 큰 선물은 기쁨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위 사람들한테 좀 더 잘해줄걸.’ 하지만 이 생각은 이미 보답을 염두에 둔 불경한 심보다.

 아직 나보다 어린 분들이여! 모쪼록 고운 씨앗 많이 뿌려 노년에 탐스러운 열매를 얻기 바란다. 꼭 그 열매 때문이 아니라 그 씨앗을 가꾸는 동안이 그대들의 삶이고 돌아보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이겠는가!
지금 코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대수롭지 않게 저지른 행동은 나중에 험악한 모습으로 자라 당신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내게도 잠깐의 느슨함이 빚은 엄청난 결과가 있다. 그런 실수를 그대들은 하지 않길 바란다.
삶은 반드시 돌고 도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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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얼굴 사진은 2005 베니스 비에날레에서 딸이 찍은 외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2013-04-07 20:21 2013-04-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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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영진 2013-04-09 14:45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옛날 어른들의 말씀은 다 진리에요.
    저도 요즘 나이가 들다보니 그 말 들이 다 옳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1. 박미령 2013-04-09 17:44 # 수정/삭제 퍼머링크

      맞아요. 진작 깨달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건강히 잘 계시지요? 뵌 지 오래되어 궁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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