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 18 : Next »
 
 
요즘 딸애들과 대화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나는 기성세대가 잘 다루지 못하는 IT 활용 능력에 놀라고 또 하나는 젊은 세대가 누리는 정보의 편협성에 놀란다. 그러니까 하드웨어를 다루는 능력은 지난 세대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선별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여행을 준비할 때 딸애의 신기에 가까운 검색 능력은 눈부시다. 가성비 최고의 숙박 시설을 예약하고 특가 항공권을 찾아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럴 때마다 엄지의 움직임이 여의치 않은 지나간 세대의 마음은 주눅이 든다. 일단 새로운 기기에 대한 두려움과 기억력 쇠퇴로 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그들의 장점에 놀라고 응원하며 존중한다.
 
그러나 세상일에 대해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슈가 되는 뉴스에 관해 견해를 물으면 다소 한쪽으로 편협한 생각을 드러내곤 한다. 시사 정보뿐만 아니라 사소한 생활 정보에서도 이런 현상은 드러난다. 예컨대 전자레인지에서 생성되는 전자파는 눈으로 들여다보지 않는 한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었음에도 전자레인지를 돌리려 하면 지뢰라도 발견한 듯 모두 도망간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우리 세대에게는 정보를 얻는 주요 수단이 신문이었던데 반해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신문이 전체를 보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해 주는 반면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깊은 분석 없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흘러가니 세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 것이다.
 
IT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요즘 신문에 오르내리는 제4차 산업혁명은 설명을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난해하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 삶이 나아진다고 어느 정도 믿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오히려 기술 발전이 무서워질 지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바로 스마트폰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의 질적 저하다. 검색 포털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퍼지는 뉴스들은 그 출처가 어딘지도 모를 쓰레기 정보가 태반이다. 우리가 학교 때 배웠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기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온갖 허위 정보가 이곳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된다. 
 
게다가 요즘에는 페이크 뉴스(fake news, 가짜뉴스)까지 난무한다니 차라리 정보가 가난하던 시절이 그리울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젊은이들은 그런 뉴스에 쉽게 휘말린다. 휘말리는 정도가 아니라 증폭시켜 유통한다. SNS는 이런 가짜들이 숨어서 돌아다니는 온상이 된다. 그리하여 지금 세상은 진실보다 ‘유명인’이 대접받는 기형적인 세상이 되었다.
 
가끔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논쟁이 될 만한 대목에 다다르면 어느새 입을 다물고 마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내용임을 알 수 있는데 철석같이 믿는 모습을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렇다. IT 기술은 현대판 귀신이다. 이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며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1970-01-01 09:00 2017-06-13 00:50
댓글
0 개

Comments List

댓글 쓰기
« Previous : 1 : 2 : 3 : 4 : 5 : ... 18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