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깜짝 놀라서 잠이 깼다. 어제 만두 재료 준비 중 뭔가 빠진 듯해서 몇 번이나 점검했는데 아무리 봐도 빠진 것이 없어 그냥 잤는데 잠결에 깨달은 것이다. 참 신기하기도 해라. 몸은 잠들었는데 신경은 그것을 찾아내려 깨어 있었나 보다. 바로 담장이 잎이다. 요리 재료는 아니고 찐 만두 밑에 깔아 장식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밖은 어둡다. 그래도 이제라도 생각나서 다행이다. 새벽을 가르며 동네를 헤매며 담장이 잎을 땄다. 이슬이 곳곳에 촉촉이 내려앉는다. 20여 년 전 초등학교 다니던 둘째 딸 준비물로 오밤중에 여러 가지 나뭇잎을 따러 아파트 단지를 다 돌아다닌 기억이 새롭다. 그때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딸이 그 다음 날 꼭 가져가야 한대서 집을 나섰다. 아파트 뜰에서 마주 오던 경비아저씨를 소스라치게 하며 모녀가 어둠 속에서 헤맨 기억이다.
 
오늘 도심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실습할 것은 <규아상>이다. 규아상은 고(故) 황혜성 교수님께 배웠던 궁중식 여름 만두로 해삼 모양으로 빚어 규아상 또는 미만두라 한다. ‘아버지 요리 교실’이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조선 시대 궁중 요리사도 남자들이었다는 사실에 그들의 숨은 재능을 기대해 본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만두는 약 1800년 전 제갈량이 남만(미얀마 부근) 정벌 후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막기 위해 바다에 던졌던 만인(蠻人)의 머리 모양 밀가루 반죽에서 유래되었다. 사람을 죽일 수는 없으니 양고기를 밀가루의 반죽에 싸서 수신(水神)을 속였는데 여기서 만인의 만(蠻)자와 머리 두(頭)자가 합쳐진 것이라는 설이다. 나중에 음식 이름이므로 발음이 같은 만두(饅頭)로 표기했다고 한다.
 
 
   * 규아상
    
   # 재료 (2인분)
     쇠고기 간 것(우둔살) 100g     표고  4송이     오이  2개
     잣  1T.S.     만두피 1봉지     담장이 잎  10장   소금  약간
     밀가루  약간
     쇠고기와 표고 양념 ( 간장 1T.S.  설탕 1/2T.S.  다진 파 2t.s. 
           후추 약간 다진 마늘 1t.s.  깨소금 1t.s.  참기름 1t.s. )
     초간장 ( 간장 2T.S.  식초 1T.S.  잣가루 1/2t.s.)
 
 
   # 만드는 법
    1. 표고버섯은 채 썬다.
    2. 1과 쇠고기 간 것에 양념하여 볶는다.
    3. 오이는 5cm로 자른 후 씨 부분은 빼고 돌려 깎아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다.
    4. 3을 꼭 짜서 볶는다.
    5. 2와 4를 섞어 소를 만든다.
    6. 만두피 안쪽에 물을 돌려 묻힌 후 가운데 소를 놓고 잣을 한두 알씩
       넣어 해삼 모양으로 빚는다.
    7. 쟁반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후 빚은 만두를 놓는다.
    8. 찜통에 젖은 베보자기를 깔고 만두를 돌려 담아 5분 정도 찐다.
       끓는 물에 넣어 만두가 떠오르면 건져도 된다.
    9. 접시에 담장이 잎을 깔고 만두를 보기 좋게 담고
       초간장을 곁들인다.
 
 
호기심 많은 남자 실습생들은 시작 30분 전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비가 와서 결석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일찍이 이 길로 들어서셨더라면 나는 명함도 못 내놓을 뻔했다. 요즘 남성들을 위한 각종 TV 프로가 넘쳐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자칫 백 선생보다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요리도 어느새 연예인과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이 돌려 깎기는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데 거침없이 도전하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복병은 어디든 있는 법이다. 집에서 만두를 전담하시는 분도 오셨다. 해삼 모양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능숙한 솜씨와 독창적인 만두 모양이 정겹다. 첫 솜씨로는 꽤 만족한 결과물이 나왔다.
 
오늘 처음 칼을 잡아본 분도 있는데 이런 솜씨를 보이다니 놀라운 일이다. 11월 말 6회 실습 후 아버지들의 여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요리를 만들기 전 완성된 근사한 모습과 맛을 머리에 떠올려 보듯이.
 
1970-01-01 09:00 2015-09-19 22:26
댓글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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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수현 2015-10-01 11:07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행복하게 만드는 규아상... 멋진 역할을 하시는 선생님이시군요~~^^*

    1. 박미령 2015-10-02 07:58 # 수정/삭제 퍼머링크

      젊은 날 황선생님께 배우던 실습 때가 생각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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