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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스필버그가 돌아왔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 무엇을 더 첨가하랴! <죠스>에서 시작된 그의 필모그라피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재미로 무장한 대중영화에서 인권을 다룬 진지한 영화까지 그의 영화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간간이 아카데미에 맞춘 영화를 제작하며 수상 경력까지 관리하는 영리함도 보인다. <더 포스트>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영화는 사실 아카데미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배우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이 출연하며 또한 소재가 흥미진진한 미국 정부와 언론의 대결이니 스필버그가 노골적으로 아카데미를 겨냥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정적인 소재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로 바꾼 스필버그의 탁월한 연출력이 없었다면 아카데미가 관심을 보였을 리 없다.

 

영화는 70년대 닉슨 시절에 일어난 펜타곤 페이퍼 사건을 소재로 한다. 군사 전문가인 댄 앨스버그(매튜 리즈)는 국가기밀을 보관하는 연구소에 근무하며 베트남 전쟁을 연구하던 중, 베트남 현장을 방문한 뒤 잘못된 전쟁에 미국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전장에서 돌아와 전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을 속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급 비밀문서인 맥나마라 보고서를 빼돌린다.

 

댄은 간첩혐의를 받을 것을 무릅쓰고 이 기밀을 뉴욕 타임스에 넘긴다. 낙종한 워싱턴 포스트는 사운을 걸고 이 보고서를 입수하려 한다. 열혈기자 벤 백디키언(밥 오덴커크)은 수소문 끝에 이 보고서의 출처인 댄을 만나 보고서를 입수하고 비행기 일등석에 두 자리를 만들어 이 서류박스를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의 집으로 가져온다. 이 과정이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넘친다.

 

급하게 쓸어 담아 가져온 까닭에 기자들이 모여 보고서의 순서를 맞추느라 벤의 서재는 난장판이 된다. 마감 시간을 놓고 싸우는 그 시각 또 다른 싸움이 전개된다. 이 기사를 보도할 것인가를 놓고 캐서린의 생일파티 자리에서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이사들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보도할 경우 이미 뉴욕 타임스가 당한 것과 같이 정부 당국의 기소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 캐서린과 법무 담당 이사와의 통화를 반대 측인 이사회 의장인 프리츠(트레이시 레츠)와 편집장 벤이 함께 들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고성이 오가지만 결국 회사의 운명이 달린 결단은 사주인 캐서린이 내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줍어하고 우유부단한 듯했던 그녀는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이 영화는 겉으론 언론의 사명을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당시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지위를 부각시킨 페미니즘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남성 중심 시대에 여성 사주인 캐서린의 변화와 자각을 통해 여성들의 각성을 다룬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긴박한 취재 과정보다 캐서린이 결단하는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내세운 데서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어쩌면 이런 페미니즘의 부각은 평소 지나친 애국주의로 비판받았던 콤플렉스의 소산인지 모른다. 아무튼, 오늘의 관객은 애국보다 여성의 권리 신장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은 틀림없다. 사족으로 이 사건과 별 관계 없는 닉슨 대통령을 마구 매도하는 것은 오늘날 트럼프를 빗대 조롱하는 혐의가 짙다. 스필버그도 민주당이다.

1970-01-01 09:00 2018-05-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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