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날, 팔고 남은 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봤어요. 멀쩡한 것을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푸드뱅크에 기부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네요.” 대형마트 내 제빵 코너에서 일하는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유통기한도 남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이렇게 버려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도대체 법이 어떻기에 그런단 말인가. 가공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최소 3주 전 상품까지만 기부할 수 있고 두부나 콩나물 같은 신선식품은 유통기한 최소 3~4일 이전에 기부할 수 있도록 제한한단다. 수혜자가 유통기한 내에 기부받은 식품을 소비해야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푸드뱅크가 책임을 지도록 한다니 차라리 버리는 게 경제적인 셈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심각한 미국의 경우 음식물의 40%가 버려지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년에 180조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단 만들어진 음식물에 해당하는 것이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계산해 보면 거의 3분의 1이 버려진다고 한다. 아, 이 무슨 천벌을 받을 낭비 행태란 말인가.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라는 꽤 긴 제목의 저자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와 발렌틴 투른은 “전 세계 식품 가운데 3분의 1은 이미 수확과 가공 그리고 유통과정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지적하며 “이는 식량 생산 시스템의 극단적인 상업화로 가속화하고 있으며 더불어 모든 문제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부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국민이 버리는 식품 폐기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885만 톤이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력이 연간 88억 KWh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최고 사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4개월 동안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만 줄여도 2개월분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사실 유통기한이라는 것도 이 순간부터 먹으면 죽는다는 뜻이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실제로 훨씬 길다. 다만 생산자가 책임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가상의 기한일 따름이다. 다시 말하면 산업 경제적인 숫자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걸 정해 놓는 순간 넘기 어려운 찜찜한 한계선이 되고 만다.
 
상업적인 생산 시스템의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에 진열되기 위해 과일은 영양보다 당도가 높아야 하고 찌그러짐 없이 보기 좋아야 한다. 가공식품은 빛깔이 좋아야 하니 각종 색소가 범벅된다. 누군가의 한 끼 양식이 될 만한 식품들이 이 과정에서 속절없이 버려진다. 소위 건강한 B급 상품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떤 농산물들은 ‘수급불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폐기된다. 어떤 과일들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땅바닥에 뒹군다. 어떤 식품들은 순서가 뒤로 밀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쓰레기로 전락한다. 그런데 이 식품이라도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불현듯 어떤 개그맨이 술에 취해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던 개그콘서트 장면이 떠오른다. 인간이 만든 불합리한 시스템에 우리 인간들도 꼼짝없이 갇힌 꼴이다. 그러니 평범하게 보여서는 안 되기에 성형하고 화장에 목맬 수밖에 없다. 화장기 없는 건강한 B급 인간들이 존중받는 세상은 과연 올 것인가?
 
1970-01-01 09:00 2017-07-08 17:40
댓글
0 개

Comments List

댓글 쓰기
« Previous : 1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 46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