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회장님의 정정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월요일(1일) 노인회 월례회가 있는데 와서 아파트 돌아가는 소식도 들려주고, 점심도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지난 7월 동 대표 회장직을 맡은 이후 한 달에 두 번 정도 노인정에 오며, 가며 들리다 보니 이제 노인회 행사가 있으면, 단골로 불려 다니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내가 노인정에 자주 들리는 이유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렇고 장모님 살아생전에 몇 번 들려 노인 분들 얘기를 들어주니 좋아하던 모습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노인 분들은 선물을 사 오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시큼한 냄새가 나는 구석진 방에 보일러 요금 걱정을 하며 옹기종기 모여 계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서 싸~ 하고 찬바람이 분다.

 

 

 점심이나 하자는 노인회장님 초대에 노인정에서 간단히 찌개나 끓여놓고 밥 한 끼 때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동네 한우 식당을 예약해 놨다고 했다. 점심 한 끼 아무데서나 해결하면, 됐지, 왜 그렇게 먼데까지 추운 날 가시느냐? 고 했더니 동 대표 회장님을 초대한 자리이기 때문에 노인회 회원들이 다 동의를 해줬다. 고 했다.

 

 

 밥을 먹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비에서 매달 10만 원을 노인회에 보조해 주는데 그날 내가 먹은 돼지 갈비는 일인분이 12.000원이었다. 스물다섯 분이면, 1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한 사람당 2만원의 회비를 거두었다. 고 한다.

 

 

 앞전에 노인회에 들렸을 때 점심을 노인정에서 해 잡수고 계셨다. 부녀회장께 부탁해서 올해 김장을 해드리라고 했더니 소식을 들은 노인회 회장님이 직접 전화를 해주셨다. 한 번도 그런 대접을 받아 본 일이 없는데 너무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김장 하는 날 돼지고기 앞다리 살도 사서 모처럼 맛난 보쌈도 해 드시라고 했더니 이제 우리 아파트 죽을 때 까지 떠나지 않고 사시겠단다. 선심 쓰는 김에 제 사비로 김장 끝내놓고 사우나도 모두 보내드리겠다고 했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신다.

 

 

 월례 회의를 마치고 커피 대접까지 받고 나오며, 누님들은 이제 내가 사우나에 가서 옷도 벗게 해줬으니 모두 내 누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더니 나이 이제 65세라며, 모두 동 대표 회장 애인이 되 주겠다고 난리다. 우리 아파트 노인회 회원은 최연소자가 73세다.

 

 누님들 애인도 좋지만 나이까지 속이는 것은 아니다. 고 했더니 동상아! 마음은 청춘이다. 며 모두 환하게 웃으신다. 나는 마음이 청춘인 할머니들의 애인이 되어 주고 싶다. 할머니들이 원하신다면.....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사시기 바란다. 누이들이 환하게 웃어야 아파트 전체가 근심 걱정이 없다.

1970-01-01 09:00 2014-12-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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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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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용정 2014-12-01 18:07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젊은 아들, 며느리들이 잠시, 잠깐 노인정에 들려 말 동무를 해 주면, 더 좋으련만...

  2. 강순정 2014-12-29 15:47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회장님들중에 처음으로 노인정 어르신들한테 너무 잘해주셔서 다들 좋아하시는 모습을 뵈니 저희도 좋아요~~

  3. 김인홍 2015-10-27 06:54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참 좋은일 하셨네요. 아직 노인정에 갈 나이는 아니지만,
    세월이 자동적으로 예약해 놨는데!?! ~~~ 더러더러 봉사하러 가보면,
    많은 것을 깨닫고,배우고 옵니다. 공감가는 내용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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