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문(唐草紋) /추영탑

 

 

 

 

당초문 들어서자 넝쿨이 되고 마는 여자

인생은 빛났으나 삶은 늘 그늘이었으므로

가지런한 메꽃이었다가 어수선한 담쟁이였다가

 

다복줄기 하눌타리였다가

 

 

갈등(葛藤)으로 자꾸만 무늬를 바꾸는 여자

좌로 십리 벋었다가 우로 시오리 오그라드는 팔자

 

 

 

서른 남짓에 시집을 뒤로 두고

당집에 잠시 들러 인생에 사포질을 하고

속 젖은 두레박이 되고자 맹세했던 여자

 

 

 

누군가에게 낚인 적있는 단 하나 월척이 조금 넘는 여자

사랑, 사랑,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랑을 헹구다가

빨랫줄에 널었다가 바람에도 욱신거리는 삭신으로 정신을

보습하는 여자

 

 

 

육십이 다 못 되어 깨져버린 열 개의 사랑단지

그 중 하나에만 미늘에 꿰인 물고기였으나

그마저 깨져버린 여자

 

 

 

남자 옆에만 서면 여자가 되는 여자

여자가 싫어서 여자로 사는 여자

 

 

 

지금도 첫사랑 그날의 마음 그대로라고 웃으며

칠십이 다 되어 백 세까지 함께 살 남자를

구한다는 당초문(唐草紋)을 광고로 내건 여자

 

 

 

 

 

 

 

 

 

 

 

1970-01-01 09:00 2018-08-01 08:47
댓글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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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현경 2018-08-01 13:09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선생님, 여자의 일생을 참 재미있게 그리셨습니다.~더운 날 크게 한번 웃고 갑니다.
    아참~~건강은 이제 많이 회복되셨는지요...? 이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1. 추영탑秋影塔 2018-08-01 13:44 # 수정/삭제 퍼머링크

      웃으셨다니 덕분에 미소 한 번 띄워 봅니다.

      전 그런 여자를 존경합니다. 아니 사랑은
      아니고요. 살짝 만나고는 싶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ㅎㅎ

      이젠 지팡이 놓고 삽니다. 아직 밖에는
      못 나가고, 세워 둔 지팡이로는 더위나 때려잡습니다. ㅎㅎ

      제 귀에는 가을이 멀리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그락 사그락...

      감사합니다. 이현경 시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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