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백이 /추영탑

 

 

 

배경이 지워지고 기억이 가물거리는

장승백이에 장승은 없고 소주방은 있다,

 

 

 

사라진 장승들이

소주방 구석지에 앉아서

젊은이들에게 주도를 가르친다

옛 사람들도 장승을 옆에 두고 술을 마셨을까

 

 

 

지난 천 년이 꼬리를 자르기 훨씬 전에, 남의 눈에는

미쳤으나 저 혼자는 제정신인 술래가

쪽문을 기웃거리면

술은 안 주고 밥만 한 주먹 건네주던

서울 집 김양은 시집간다는 말을 장승백이에

뿌리고는 새 천 년 속으로 사라졌는데

지난 천 년의 추억에 묻혀 새 천 년을 파먹고 있을까?

 

 

 

정미소 없어진 자리에 술래꽃이 피었다

 

 

 

장승백이 술집마다 드문드문

시들 시들 피어있던 꽃들

 

그 많은 술잔을 들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진 그림자 서성이는 자리,

낯선 사람들이 채웠는데

목로집, 선술집, 왕대포집 사라진 곳에는

소주방 간판이 장승처럼 서있다

 

 

 

 

 

 

 

 

 

 

1970-01-01 09:00 2018-07-18 11:19
댓글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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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현경 2018-07-18 18:20 # 수정/삭제 답변달기 퍼머링크

    선생님, 아마 지난 천년의 추억에 묻혀 새 천년을 파먹고 있을 겁니다.~~ㅎㅎ
    감상 잘 하고 갑니다.~~^^

    1. 추영탑秋影塔 2018-07-19 11:02 # 수정/삭제 퍼머링크

      파먹고 파먹어도 남은 추억이 있을 테니
      요렇게 펄펄 끓는 날,

      우무 냉국에 간담 서늘하게 한 그릇
      보내 줬으면..... ㅎㅎ

      감사합니다. 이현경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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