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 깐 내가 눈 깐 어떤 여자에게 /추영탑

 

 

 

그래, 눈을 깠구나 자세히 보면 알겠다,

아무렴, TV 액정속에서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는

여자가 되고 싶겠지

꺼풀도 혼자서는 외로운 법

두 겹의 눈꺼풀이 물론 보기에는 훨씬 낫더라

 

 

 

그래, 달이 제 그림자를 보듬고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우냐

 

 

 

모래사장의 모래와 모래 사이로 바닷물은

스스로를 애무하듯 지나다니지

반복적으로 여닫히는 당신의 커다란 두 눈 사이로

빈정은 삼투되었다가 툭 튀어나오지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는 언제나 반짝이는 법

깐 눈과 안 깐 눈의 차이는 협곡을 넘어온

네온과 부동으로 벼랑에 걸린 반딧불이 같아서,

 

 

눈알이 약간 돌출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까는 게 안 까는 것보다는 이뻐 보인다는데

 

그래, 자세히 보니 알겠다

눈 위로 고랑을 내며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갔구나

당신은 언제나 남의 그림자에 표창을 던지는 여자

 

 

 

이가 자랄수록 누군가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어 어찌하나

그만큼 자랐으니 이제 송곳 같은 송곳니는

그만 뽑아버리지, 다소 어리둥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눈으로 남의 뒤통수도 갈길 줄 아는

여인이여

 

 

 

 

 

 

* 쌍꺼풀을 만든 모든 여인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를... ㅎㅎ *^^

 

 

 

 

 

 

 

 

 

 

 

 

 

내가 시의 피조물이 될 때가 있다 /추영탑

 

 

 

시는 나의 피조물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나는 보지 못했으므로

절반은 믿고, 절반은 안 믿는다

그러나 내 시가 나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 때가 있다

 

 

 

나는 시 속에서 핸들을 잡고

시의 지시대로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멈출 수 없을 때 나는 시에 끌려간다

시에 저장된 내가 세상을 떠돈다

 

 

 

잠시 가을 속에 행려로 부랑하다가 이제

겨울로 거처를 옮긴 것인데

이 추위를 잘만 견디면

어디선가 시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봄이 있다

 

 

 

다소 향기롭고 들뜬 사랑을 내미는 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까지도

나를 반가이 맞아 줄 테니,

 

 

 

그 봄에 살고 있을 시가 나에게 한 철만

뒤로 돌아가는 환희의 샘물을 먹이며 나를 유혹할

것이고, 나는 영락없는 시의 피조물이 될 것이다

 

 

 

 

 

 

 

 

 
 
 
 
 
 
 
 
 
 
 
 
 
 
1970-01-01 09:00 2019-01-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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