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추영탑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삶이 뭉텅 사라지려고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입으로는 바람을 들이키며 감각 없는 손으로

순간을 꾹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으리라

 

 

 

걸치고 있는 것이 삶인지 생인지를 계산하다가

바로 그 순간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안개 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될지도 몰라

 

 

 

그토록 기다렸던 것이 오기는 왔었는지

왔다가 그리 쉽게도 가버리지는 않았는지

생이란 오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가잠의 쪽잠을 벗어버리고 나만의 잠속으로

침잠하고 있다는 생각에

어제의 그 사람이거나, 내일의 누구일지 몰라도

나를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숙지하게 될 영면이라는 나의 잠

 

 

 

 

 

 

 

 

 

 

본제입납(本第入納) /추영탑

 

 

 

친가를 지척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출가외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안부를 저라고

생각하소서

 

 

 

주소 없는 본향 대문에 기대서서

무일푼으로 떠나라던 그날의 서운함은 잊은지

오랩니다

자식 많아 이름도 얼굴도 모를 어머니,

젖무덤 옆에 항상 입을 벌리고 어머니의

고된 눈물을 받아먹던 저를 아시나요?

 

 

신의 치마폭을 붙들고 있는 불효자식이

지금도 있는지요

집 떠난 외로움은 동복의 형제자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그냥저냥 참습니다

 

이별도 사랑의 뒷모습이라며 고개

돌리던 어머니, 아무리 못 돼도 벌레들의

이불은 되라던 말씀 펄럭거리는 이불귀가

들썩이도록 아립니다

 

 

 

내년이면 또 얼마나 많은 자식들을

잉태하고 버릴는지요?

썩어도 잊지 못할 어머니, 그 은혜에 보답할

길은 당신 발치에 묘혈을 파고 당신의 양분이 되는 일,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 것

바람의 날개에 몇 자 적어 소식을 전해봅니다

옷 걸치 듯 많은 자식 걸치고 내년 한 해

행복하소서 지문 없는 손으로 적다보니

물기만 촉촉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 추운 겨울 외출도 삼가시고 고혈압에

낙상 주의 하시고, 빈혈, 골다공, 알츠하이머

두루 유념하십시오,

 

 

 

인간들은 모두 제 욕심 채우기에 바빠 우리를

돌봐 줄 요양원은 아직 만들지 않았답니다,

어머니! 무강으로 만수 누리십시오.

 

 

 

 

 

 

 

-한 때 자식이었던 낙엽 올립니다-

 

 

 

 

 

 

 

 

 

 

1970-01-01 09:00 2018-12-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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