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추영탑

 

 

 

죽음도 나이도 없는 세상이 있었으면 하고

상상해 보는 때가 사람에게는 꼭 있다

 

 

 

옛 어른들은 어린 나를 앉혀놓고

팥죽을 먹이면서 이걸 먹으면 나이 한 살

미리 먹는다고 하셨다

 

 

 

그날의 기쁨은 이제 슬픈 추억이 되었지만,

안 먹겠다고 못 먹겠다고 물러서지 못해,

오늘이 왔음을 나는 후회한다

 

 

 

오늘은 12. 22. 동짓날,

어머니께서 쑤어주시던 팥죽을 이젠 사다먹는다,

저를 으깨 보내준 눈물 같은 핏물에 나를 적시며

섣달그믐까지는 아직 한 달도 더 남았으니

정말 다행이라 안도도 하는 것인데

 

 

 

팥죽에 전혀 안 어울리는 소주 둬 잔 하고나니

미치게 글이 쓰고 싶어진다

시를 쓴다면 ‘동지팥죽’ 이라고 써야 할 일이다

 

 

 

또 한 해가 동지팥죽을 건너간다

내 기억이 팥죽 앞에 다소곳해질 때, 동지 밖에서

다가오는 춘추로 치장한 나이 한 살

 

 

 

 

 

 

 

 

 

1970-01-01 09:00 2018-12-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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