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론(市場論) /추영탑

 

 

 

시장의 이물과 고물의 중간쯤에 소리를 잃은

발자국을 찍는다

소리굽쇠들이 X축과 Y축으로 끝도 갓도 없이 교차하며

부딪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그림자는 공간 너머 다른

구석에서 초침을 세고 있을 텐데

 

 

 

아예 총이 없는 사람과 입으로 총알을 쉴새 없이

발사하는 수다 우먼들의 각축장, 한 쪽은 눈썹의

끝에서 흥정을 버무리고, 다른 쪽의 시선은

초승달처럼 허공을 찔러대며 인파와 인파 사이를

이어 준다

 

 

 

옆을 가진 옆과 뒤를 가진 뒤와

옆도 뒤도 아닌 발 멈춘 이 자리

부딪히며 피하며 시간을 파먹는 아우성으로,

눈어림으로 소비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조폐공장

 

 

 

이렇게도 어지러운 곳에서는

클릭하자마자 자신이 사라지는 무차원의

액정이 필요하다

 

 

 
 
 
 
 
 
 
 
 
 
 
 
 
 
 
 
 
 
 
 
 
1970-01-01 09:00 2019-01-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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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제를 살립시다 /추영탑

 

 

 

장례식장 안에 딱! 딱! 소리 난다

술상 앞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술과 밥에서

일탈을 하기도 하는데,

 

 

새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

-자! 우리 경제나 살려 애국합시다!

=경제기 그리 쉽게 살아나겠나? 갱제라면

또 몰라도... ㅎㅎㅎ

 

 

아무튼 마주앉은 사람들은 경제 살리는데 온

심혈을 기울인다, 누가 저들을 (실)업자라 하겠는가?

모두가 먹고 사는 일에 한 평생을 바친 베테랑들 아닌가?

 

 

 

2월 매화, 3월 벚꽃 지더니 보름달이 뜨고

뉘집은 목단꽃이 핀다 갑자기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판 뒤집네

-에게, 비 내리더니 단풍까지 지네!

=하이고! 나는 똥 쌌다!

 

 

갱제가 살아나는지, 경제가 활성화되는지

꽤나 시끄럽다

갱제란 원래 한쪽으로 기우는 법이어서 대기업

쪽으로 지폐는 쏠리기 마련,

갱제가 살아났다고, 환호하는 사람보다는

죽는소리를 하는 일이 더 많다

 

 

 

액자 속 고인(故人)은 자신의 처지도 생각을

안하는지 갱제 살아나는 쪽을 바라보며 환히

웃고있다 비록 죽어서 살리 수만 있는 갱제라면,

두 번 죽어도 좋으니 제발 경제나 살아나게

해달라며 웃는 것은 아닐까?

 

 

벽에 걸린 시계는 자정을 넘기고 있으나, 여기

저기 희비가 교차하는 갱제 살리기 판에, 반가운 전갈이

도달했다

 

 

술과 국물 대령이요! 빈속을 쐬주로 채운

뒤엔 그저 돼지비계가 갱제보단 훨씬 낫지

 

 

 

 

 

 

 

 

 

 

 

1970-01-01 09:00 2019-0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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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안 깐 내가 눈 깐 어떤 여자에게 /추영탑

 

 

 

그래, 눈을 깠구나 자세히 보면 알겠다,

아무렴, TV 액정속에서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는

여자가 되고 싶겠지

꺼풀도 혼자서는 외로운 법

두 겹의 눈꺼풀이 물론 보기에는 훨씬 낫더라

 

 

 

그래, 달이 제 그림자를 보듬고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우냐

 

 

 

모래사장의 모래와 모래 사이로 바닷물은

스스로를 애무하듯 지나다니지

반복적으로 여닫히는 당신의 커다란 두 눈 사이로

빈정은 삼투되었다가 툭 튀어나오지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는 언제나 반짝이는 법

깐 눈과 안 깐 눈의 차이는 협곡을 넘어온

네온과 부동으로 벼랑에 걸린 반딧불이 같아서,

 

 

눈알이 약간 돌출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까는 게 안 까는 것보다는 이뻐 보인다는데

 

그래, 자세히 보니 알겠다

눈 위로 고랑을 내며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갔구나

당신은 언제나 남의 그림자에 표창을 던지는 여자

 

 

 

이가 자랄수록 누군가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어 어찌하나

그만큼 자랐으니 이제 송곳 같은 송곳니는

그만 뽑아버리지, 다소 어리둥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눈으로 남의 뒤통수도 갈길 줄 아는

여인이여

 

 

 

 

 

 

* 쌍꺼풀을 만든 모든 여인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를... ㅎㅎ *^^

 

 

 

 

 

 

 

 

 

 

 

 

 

내가 시의 피조물이 될 때가 있다 /추영탑

 

 

 

시는 나의 피조물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나는 보지 못했으므로

절반은 믿고, 절반은 안 믿는다

그러나 내 시가 나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 때가 있다

 

 

 

나는 시 속에서 핸들을 잡고

시의 지시대로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멈출 수 없을 때 나는 시에 끌려간다

시에 저장된 내가 세상을 떠돈다

 

 

 

잠시 가을 속에 행려로 부랑하다가 이제

겨울로 거처를 옮긴 것인데

이 추위를 잘만 견디면

어디선가 시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봄이 있다

 

 

 

다소 향기롭고 들뜬 사랑을 내미는 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까지도

나를 반가이 맞아 줄 테니,

 

 

 

그 봄에 살고 있을 시가 나에게 한 철만

뒤로 돌아가는 환희의 샘물을 먹이며 나를 유혹할

것이고, 나는 영락없는 시의 피조물이 될 것이다

 

 

 

 

 

 

 

 

 
 
 
 
 
 
 
 
 
 
 
 
 
 
1970-01-01 09:00 2019-01-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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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풀잎 /추영탑

 

 

 

이슬 한 방울에 허리가 휘는 풀잎을 보았네

부러지지 않으려는 찰나의 힘으로

구부리다가 구부려졌다가 다시

비감의 저항으로 몸을 세우는 풀잎을 보네

 

 

 

무력한 내 손가락에 힘을 보태 우주를

들어올리는 저 조그만 것의 힘은 얼마나 센가

 

 

 

날마다 넓고 깊고 높은 허공을 머리에 이고

먹구름의 그림자에 깔려 모다깃매로 두드리는

장대비를 다 받아내도록 질긴 허리를 가진

풀잎을 경배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님께 달려가

훈민정음 속을 드나들기도 하는 것인데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촛불은

아직도 불타고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무거움과 가벼움의 무게를 다 짊어질 수 있는

풀잎의 춤에 빠지는 것이다

 

 

 

흔들리는 일과를 놓치면 죽는 가파른 생

형이상학으로 몸을 가누다가 결국엔 형이하학으로

자신을 연출하는 풀잎의 춤에 나는,

깜빡 열광하는 바람이 되었다가

풀잎에서 뛰어내리는 한 방울 이슬이 되는 것이다

 

 

 

 

 

 

 

 

 

달빛 /추영탑

 

 

 

하늘 한 복판에 박힌 듯 굴러가는 달을 보네

쏟아지는 천곽의 조각들에 살며시 감싸인

허공이 차디차게 저를 식힐 때

 

 

 

겨우 실꾸리 하나와 빈 항아리 한 개의

길이와 부피의 빛으로

만들어 놓은 그림자 속

몇 겹인가의 허물을 벗어 던지는 어둠의 목격자들

 

 

 

혼자 굴러가는 속이 꽉 찬 염력의 굴렁쇠

칼이 되어 허공을 베고, 강물을 베

몇 겁(劫)을 베이고도 상처 없는 세월

 

 

 

어디쯤 굴러가다 툭 떨어질 것인지

빈 벤치를 오래된 제 방석인양

차지하고 있다가 풀잎들이 일어서 듯

빛의 소란으로 저 세상의 침묵을 깨우네

 

 

 

 

 

 

 

 

 

1970-01-01 09:00 2019-01-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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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추영탑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삶이 뭉텅 사라지려고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입으로는 바람을 들이키며 감각 없는 손으로

순간을 꾹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으리라

 

 

 

걸치고 있는 것이 삶인지 생인지를 계산하다가

바로 그 순간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안개 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될지도 몰라

 

 

 

그토록 기다렸던 것이 오기는 왔었는지

왔다가 그리 쉽게도 가버리지는 않았는지

생이란 오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가잠의 쪽잠을 벗어버리고 나만의 잠속으로

침잠하고 있다는 생각에

어제의 그 사람이거나, 내일의 누구일지 몰라도

나를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숙지하게 될 영면이라는 나의 잠

 

 

 

 

 

 

 

 

 

 

본제입납(本第入納) /추영탑

 

 

 

친가를 지척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출가외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안부를 저라고

생각하소서

 

 

 

주소 없는 본향 대문에 기대서서

무일푼으로 떠나라던 그날의 서운함은 잊은지

오랩니다

자식 많아 이름도 얼굴도 모를 어머니,

젖무덤 옆에 항상 입을 벌리고 어머니의

고된 눈물을 받아먹던 저를 아시나요?

 

 

신의 치마폭을 붙들고 있는 불효자식이

지금도 있는지요

집 떠난 외로움은 동복의 형제자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그냥저냥 참습니다

 

이별도 사랑의 뒷모습이라며 고개

돌리던 어머니, 아무리 못 돼도 벌레들의

이불은 되라던 말씀 펄럭거리는 이불귀가

들썩이도록 아립니다

 

 

 

내년이면 또 얼마나 많은 자식들을

잉태하고 버릴는지요?

썩어도 잊지 못할 어머니, 그 은혜에 보답할

길은 당신 발치에 묘혈을 파고 당신의 양분이 되는 일,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 것

바람의 날개에 몇 자 적어 소식을 전해봅니다

옷 걸치 듯 많은 자식 걸치고 내년 한 해

행복하소서 지문 없는 손으로 적다보니

물기만 촉촉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 추운 겨울 외출도 삼가시고 고혈압에

낙상 주의 하시고, 빈혈, 골다공, 알츠하이머

두루 유념하십시오,

 

 

 

인간들은 모두 제 욕심 채우기에 바빠 우리를

돌봐 줄 요양원은 아직 만들지 않았답니다,

어머니! 무강으로 만수 누리십시오.

 

 

 

 

 

 

 

-한 때 자식이었던 낙엽 올립니다-

 

 

 

 

 

 

 

 

 

 

1970-01-01 09:00 2018-12-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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