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하우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사람이 모두 벽을 두드려본다. 집이 튼튼하게 지어 졌는지 본능적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 정작 뼈대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다.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마감 수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데 벽은 왜 두드려볼까?

 

건물을 구조적으로 지탱해 주는 것은 구조재와 공학적 방법, 즉 공법이다. 제대로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건축비의 60%는 구조, 40%가 마감 공사에 들어간다. 들이는 돈의 비중을 놓고 보더라도 구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심 밖이다. 고작 목조주택이냐, 콘크리트 주택이냐 정도를 가릴 뿐이다.

 

먼저 기초공사를 놓고 보자. 땅을 딛고 서야 하고 집집마다 지붕을 얹어야 하는 단독주택은 바닥면, 즉 기초와 지붕을 통해서 대부분의 열손실이 발생한다. 아파트는 1층과 꼭대기층을 제외하고는 상하좌우가 대부분 다른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단독주택에 비해서 열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파트에 비해서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단독주택의 구조적인 단점이다. 특히 겨울에는 땅바닥의 찬 기운이 온돌로 데운 열을 빨아들이듯이 뺏어간다. 여름에는 지붕이 집 전체를 뜨겁게 달구는 발열판이나 마찬가지다. 벽체는 기본적으로 밀폐구조이므로 단열과 창호만 제대로-문제는 제대로 시공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시공하면 열손실이 거의 없다. 따라서 벽체공사를 제대로 한다면 기초와 지붕을 통해서 빠져 나가고 들어오는 열손실을 최소화해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이 된다. 그 기본은 기초공사부터 다져야 한다.

 

어떤 구조의 집이든 기초공사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한다. 바닥면과 같은 면적의 구조를 바닥에 깔고 그 기초위에 집을 짓는다. 목조주택의 경우는 기초를 하는 방법에 2가지가 있다. 벽면을 따라서 줄을 맞춰 기초를 까는 것을 줄 기초’, 바닥면에 맞춰 넓게 까는 것을 매트(Mat) 기초라고 한다. 온돌난방을 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매트 기초를 사용하고 공()·난방을 하는 서구에서는 줄기초를 주로 사용한다.

 

매트 기초를 깔 때는 동결심도(동절기 흙속의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계선의 깊이)’를 적용해서 그 이하 깊이로 기초를 땅속에 묻는다. 그런데 지역마다 다른 이 동결심도를 정확하게 지키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동결심도이하로 기초를 묻었다고 해서 완전한 것은 아니다. 지열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깊이가 아니라면 땅속의 냉기는 사정없이 올라온다. 또 아무리 기초를 두껍게 묻었다고 하더라도 기초의 측면부는 냉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벽돌이나 다른 외장재로 마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열은 기초 바닥을 놓기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초 콘크리트를 깔기 전에 바닥에 고강도 단열재를 먼저 깔고 기초 측면부에도 같은 단열재를 붙여서 기초 바닥판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초가 완전히 보온이 되기 때문에 동결심도와 관계없이 시공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 건축공법의 기본원칙이지만, 적어도 기초공사에 관한 한 일반주택도 이 공법을 지켜야 열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99% 이상의 단독주택이 이 공법을 지키지 않는다. 맨땅에 앉은 기초는 동절기 건물의 바닥열을 빨아 들이는 빨판이나 마찬가지다. 건물의 열기를 보여주는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보면 기초 부분이 불이 붙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고작 10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만 들이면 이런 열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건축을 하는 시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구조에 관심이 없는 건축주들은 요구하지도 않고, 분양에 혈안이 된 시공사들은 그 돈을 마감재에 투자해서 외양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쓴다. 그게 돈벌이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결국 시공사들은 수요자들이 길들이기 나름이다. 건축주가 겉만 번지르르한 집을 찾으면 시공사들은 그런 집을 지을 수 밖에 없다.

 

벽체구조로 올라오면 더 한심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글 2편에서 지적했지만, 우리가 일본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많이 욕을 하고 있으나 적어도 집을 짓는 자세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도 일본을 따라 가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건축자재 중에서 최고 품질의 자재는 대부분 일본이 주요 구매처다. 그 중에는 일본의 요구에 의해 개발된 자재도 부지기수다. 목재의 최고 등급을 의미하는 J-Grade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에 매년 1천세대 이상 공급되고 있는 이 자재만을 사용해서 지은 목조주택을 필자는 아직 국내에서 보지 못했다.

 

J-Grade는 구조적으로 그 아래 등급 자재보다 우수한 것은 아니다. 모양이 매끈하고 옹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마감을 하고 나면 보이지도 않는 자재를 굳이 그렇게 비싸게 주고 집을 짓는 것이 일본 사람들이다. 왜 그럴까? 모양이 매끈하다보니 치수가 정확하게 나오고 구조 결합 과정에서 오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런 작은 차이가 좋은 집을 만든다고 믿는다. 좋은 자재를 쓰게 되면 목수들도 자재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목조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자투리 자재들이 현장의 모닥불 땔감으로 거의 사라진다.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위장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추위를 녹이려고 그러는데 뭐라고 그럴 수도 없다. 필자가 가능하면 공장 패널 공정을 통한 목조주택 건축을 지향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구조를 지탱하는 자재 중에 골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창호재다. 창호는 테두리를 이루는 프로파일과 유리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는 우리나라도 기술적으로 아주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있고 물성 자체가 기밀이 우수하기 때문에 제대로 물건을 쓰면 양호한 단열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조주택은 3두께의 2중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열효율을 확보하려면 5두께의 3중 유리를 써야 한다. 물론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수입 주방가구로 화려하게 치장할 돈이면 최고급 창호를 쓰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창호업체들도 단열성능 1등급 제품을 대부분 생산하고 있고 3중 유리 시스템 창호도 만들고 있다. 그런데 국산 3중유리 시스템 창호의 가격이 수입 창호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소량 주문 제작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대량 제작을 하는데다, 주요 생산국인 미국, EUFTA가 실시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성능에서도 문제가 있다. 수입창호와 국내제품의 1등급 기준은 다르다. 창호의 성능은 사실 유리보다 프로파일에 좌우된다. 기밀에 취약한 부분이 프로파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독일등은 유리와 프로파일의 성능을 따로 테스트한다. 우리는 그걸 합산해서 평가한다. 그래서 프로파일과 유리가 모두 1등급인 진정한 1등급 제품은 국내에 없다.

 

창호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유리에 아르곤 가스가 충전돼 있는지 꼭 물어본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것도 헛똑똑이다. 가스는 기체다. 기체는 기압에 의해 이동한다. 따라서 아르곤가스를 충전한 공장과 같은 위도 상에 지은 집은 동일한 기압조건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르곤 가스의 성능이 오래 간다. 유럽이나 미국은 넓은 대륙이기 때문에 위도 편차에 의한 아르곤 가스의 유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산지 국가인 우리나라는 이걸 보증할 수가 없다. 비싼 돈 주고 아르곤 가스 충전해도 1년이면 대부분 증발해 버린다. 업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마케팅 전략상 그냥 사용한다. 소비자들이 무조건 요구하니까.

 

또 한 가지 허실이 로이(Low-e) 코팅 유리에 관한 것이다. 뜨거운 자외선을 반사해서 실내로 외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로이 코팅은 한여름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한겨울에는 되려 독이 된다. 따뜻한 햇볕의 유입을 막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비싼 돈주고 더블 로이 코팅을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외부 차양 막과 결합해서 효율적으로 적용해야 경제적인 열효율을 거둘 수 있다.

 

구조에 관한 허실을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집을 짓는 사람들이 마감재에 들이는 공의 절반만 관심을 기울여도 같은 돈으로 구조적으로 훨씬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사람도 통뼈로 통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처럼 집도 뼈대가 좋은 집은 백년주택이 된다. 결국 선택은 수요자의 몫이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는 자신의 몸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1970-01-01 09:00 2014-10-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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