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부족합니다" - '지공파'의 애환 :: 2010/07/21 11:01

예전에 경로우대 한다고 어르신들께 다달이 버스표를 배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절에 다녀오시던 어머니가 “버스운전수들이 늙은이만 서 있으면 저만큼 멀리 가서 정차한다.”며 역정을 내셨습니다. 배차 시간에 쫓긴 버스기사를 만났던 모양입니다. 하긴 바빠 죽겠는데 느릿느릿 버스에 오르는 노인들, 기피하고 싶기도 했겠지요. 그 후부터 대찬 어머니는 외출할 때면 꼭 택시를 이용하셨고, 배급된 버스표는 노인정 친구들에게 선심을 쓰시더라고요.
“내가 벌써 이렇게 됐나?” 저는 지난 달부터 ‘지공파’가 되었습니다. 6월 18일(음력 5월 7일), 만 65세가 되는 날. 내심 기다렸으면서도, 사진 한 장 손에 들고 지하철 무임승차 패스를 받으러 가는 길이 왜 그리 서글프던지. “그동안 세금깨나 냈으니 지공파 되면 지하철을 잘 활용하리라.”던 생각은 패스를 받기 전까지의 망상이었습니다. 환승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정거장은 왜 그리 많은지. 피곤해도 '경로우대석' 앞에는 ‘알라’ 취급받기 십상이어서 얼씬도 못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무임승차’라는 게 영~.ㅠㅠ
어쨌거나 ‘지공파’가 된 덕에 요즘 대중교통을 가끔 이용합니다. 한데 버스로 환승하면 이 ‘패스’가 무용지물이 되어 따로 요금을 내든가 교통카드로 결제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백수’인 주제에 나홀로 차량 몰고 다니기가 민망하여 요즘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됩니다. 버스 노선들도 광역-직행 등 다양해져서 판교에서 광화문까지 한시간이 안걸리는 등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편리해졌더군요.
엊그제 강남에 볼 일이 있어 광역버스에 올랐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탄 젊은 아줌마가 카드를 찍는데 "잔액이 부족합니다"하는 녹음기 음성이 들리더군요. 그런데 그 아줌마 못들은 척 하더라고요. “요금 내야죠.”하는 기사 목소리를 정말 못들었는지 당당히 걸어와 제 옆에 앉는 거예요. 무안당한 그 기사 얼굴이 벌개져서는 백미러로 째려보며 “요금 내라니까!”하고 화를 냅니다. 그러니까 그 아줌마 “아까 찍었잖아. 요금을 왜 또 내래요?”하고 기사에게 뛰쳐가 뭐라뭐라 하곤 유야무야~.
다시 내 옆자리에 와 앉으며, 괴이쩍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제게 재잘거리며 설명을 하더라고요. “저 기사가 ‘초짜’래요. 카드 찍을 때 ‘잔액이 부족합니다’라고 나오면, 다음번 충전할 때 돈이 빠지거든요.” 젊은 아줌마 설명 요지입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가 나올 경우 현금을 추가로 내면 안된다. 마이너스 승차 후 충전하고, 다음 승차할 때 이전 요금까지 함께 부과된다.” 제가 “그럼 마이너스로 타고 다음부터 지하철 이용하면 어떡하지?”했더니 ‘이상한 늙은이 다 봤네.’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외로 꼬더군요...ㅋ
엥? 다들 아는 걸 왜 너만 모르냐구요? 아무래도 미심쩍어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봤지요. 4년 전 관련기사를 찾아 읽어봐도, ‘티머니카드 어쩌고’ 뭔 말인지 통 이해가 안됩니다. 머리 나쁜 사람 그냥 ‘지공파’로 살아야하나봐요.ㅠㅠ
http://media.daum.net/press/view.html?cateid=1065&newsid=20060515121516771&p




